2009년 03월 21일
파일관리자의 변천사
386PC를 처음 접하던 고등학교 시절, 저희집 컴퓨터는 부팅하면 바로 NCD 화면이 뜨는 설정이었습니다. 아마도 동시대에 컴퓨터를 처음 구입했던 대다수의 사용자가 비슷한 상황일텐데요. NCD 는 디렉토리를 탐색해주는 유틸리티로써 사실 운영체제(MS-DOS)에 포함된 유틸리티가 아닌 Norton Utility 라는 상용 유틸리티 패키지에 포함된 프로그램 중 하나였죠. 파란화면에 흰색글씨로 트리구조를 보여주면 커서키를 움직여서 GAME 디렉토리를 찾아가 엔터를 친후, 프롬프트에서 보통 GO나 RUN으로 이름으로 되어있는 배치파일로 실행해서 게임을 하고, 파킹(Parking)이라는, 지금 세대는 잘 알지못하겠지만, 하드디스크의 헤더를 안전한곳으로 대피시키는 마지막 명령을 끝으로 컴퓨터를 끄곤 했습니다.



NCD는 당시에는 DOS의 DIR 다음으로 배우는 명령어(정확히 말하면 외부프로그램)로써 컴퓨터 사용의 기본중의 기본이었습니다. 이렇게 NCD를 필두로 한,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파일/디렉토리 관리의 변천사에 대해서 한번 끄적여보았습니다.
NCD와 DIR만으로도 게임을 하는데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문서를 작성하거나, 게임을 친구네집에서 복사를 해오가나 할때면 파일/디렉토리 관리가 필수였습니다. MD나 COPY 또는 XCOPY같은 DOS 명령어를 꿰고 있는 사람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은 파일관리자를 통해서 이러한 작업들을 하곤 했는데 그중 선두주자는 바로 NC라는 놈입니다.

NC (Norton Commander)
NC(Norton Commander)는 NCD와 같은 패키지에 있는 동일한 회사의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역시 파란화면과, 두개의 창으로 나뉘어진 인터페이스가 특징이였죠. 케이블을 통해서 다른 컴퓨터와 파일을 주고 받을 수도 있었던 기능이 막강한 파일관리자였습니다. 게다가 펑션키를 이용한 복사/이동/삭제/디렉토리 생성 등등의 추가명령은 이후 MDIR이나 다른 파일관리자의 기능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더욱 놀라운것은 NC는 지금도 많은 애용자를 가진 Total Commander 의 원형이 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면서 그 기능이나 모양이 NC시절이나 지금의 Total Commander 나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것입니다.
또 다른 파일관리자의 대표주자는 다름 아닌 국산프로그램 MDIR 입니다. 확장자별 컬러링이라는 화려한 인터페이스로 나타난 MDIR은 공개와 더불어 폭발적인 사용자층을 만들어내며 국내에서 NC의 아성의 누르고 명실상부한 파일관리자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복사해줄때는 항상 M.EXE도 같이 복사해서 보내줄 정도로 말그대로 국민프로그램이였죠. MDIR의 대표적인 특징중의 하나는 압축파일의 지원이었습니다. 당시엔 압축유틸리티를 사용한다는것은 나름 컴퓨터좀 한다는 소릴 들었던 만큼, MDIR의 압축파일 지원은 커다란 메리트가 아닐수 없었죠. MDIR의 개발자인 최정한 님은 컴퓨터 사용이 미숙한 여자친구를 위해 이것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여하튼 당시엔 V3의 안철수씨만큼이나 유명한 개발자였습니다. (실제로 저도 MDIR 세대로서 MDIR3 까지 사용했던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알려진바에 의하면 MDIR은 터보파스칼로 짜여졌고 후일에도 델파이로 포팅되었다는 얘길 들은것 같은데 정확한 팩트는 잘 모르겠습니다.

M-DIR
Windows 3.x 등장은 MS의 최대 업적중 하나였습니다. 비록 16비트모드로 동작하는 DOS상에서 돌아가던 가상머신에 불과했지만 이미 대중화된 DOS사용자들을 GUI라는 신세계로 이끌어오는 견인차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고, 실제로도 이 당시 MS가 Windows 3.x 로 벌어들인 수입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아마 현재의 MS를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GUI환경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텍스트모드에서 동작하던 파일관리자인 NC나 MDIR은 힘을 잃어갔습니다. 하지만 도스환경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파일/디렉토리를 관리하던 사용자들이 Windows 3.1이 제공하는 파일관리자의 기능에 만족할리가 없었죠. 그러던 당시 Windows Commander라는 놈이 등장합니다. (Windows Commander는 현재 Total Commander의 전신으로 수년전까지 같은 이름으로 사용되다가 MS에게 소송이 걸리면서 이름을 Total Commander로 바꾸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Windows 3.1의 도스창에서 MDIR과 NC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여전히 많았고, 도스모드와 윈도우즈 모드의 사용빈도중 도스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만큼 당시 Windows Commander의 등장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16비트 가상머신 Windows 3.1이 가고 진정한 32비트 가상머신(진정한 32비트 운영체제가 아닙니다.)인 Windows 95가 출시되고 나서야 드디어 사람들은 DOS창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Windows가 제공하는 탐색기(Explorer)를 이용하게 됩니다. Windows 95와 함께 컴퓨팅을 시작하던 사람들에게 탐색기는 그나마 만족스런 파일관리자였습니다. 복잡한 커맨드명령을 입력할 필요없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파일을 관리할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DOS시절부터 NC나 MDIR을 사용해오던 파워유저들에게 탐색기는 느려터진 유틸리티일뿐이었죠. 바로 이때 Windows Commander가 대안으로 부상하게 되죠. 이미 Windows 3.1시절부터 꾸준히 개발되어온 안정성과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나 명령들이 NC의 그것들과 매우 흡사했기에 받아들여지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Total Commander
한가지 아쉬운점은 GUI환경에 맞게 버전업된 MDIR이 개발되지 않아서 그 수많았던 MDIR 유저들이 결국은 Windows Commander나 탐색기 사용자로 돌아가버렸다는 점입니다. 한참이 지난후에야 원 개발자인 최정한씨의 허락하에 MDIR의 새로운 버전이 나오긴했습니다만 이미 대세는 Windows Commander와 탐색기로 기울어버린지 오래였죠. 게다가 그 옛날 DOS시절만큼 파일관리가 일반사용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운영체제환경이 아닌 만큼 다시 예전의 그 영광(?)을 회복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탐색기를 파일관리자로 사용하고 계실듯 합니다. 개발자 분들이나 컴퓨터를 좀 오래만지신 분들은 Total Commander를 사용하는 분들도 많을것입니다. 이것들 외에도 상당히 많은 파일/디렉토리 관리프로그램들이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예전의 NC나 MDIR이 누렸던 그런 시절은 이젠 다시 오기 어려울것이란게 저의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파일관리자를 사용하세요?
P.S: 개인적으로 MDIR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관계로 Total Commader의 화면을 MDIR의 그것처럼 바꿔서 사용합니다. :)
# by | 2009/03/21 19:08 | 컴퓨터 & 인터넷 | 트랙백 | 핑백(2)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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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립네요...
윈도우95시절부터 컴퓨터 사용했지만,
mdir잠깐 써 봤죠...ㅎㅎ 그리워지긴 하네요.
아 그런데... NCD 이전에 PC-TOOLS 4.22부터 짚어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피씨툴즈는 노턴 나오고도 한참 동안 관리유틸의 왕좌에 있었으니까요. 아마 NCD가 PC툴즈를 꺾은게 노턴 6.0 시리즈가 나오면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노턴커맨더 자체는 잠깐 반짝하다 바로 MDIR로 넘어가지 않았나 싶구요.
도스 시절 MDIR부터 사용했다면 아마 토탈 커맨더를 이용하고 있겠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편한데 주변사람들은 잘 못쓰더라구요.
스슥
MDIR은 메모리를 상주해서 그보다 먼저 나온 LS shell을 더 사용하곤 했습니다. List shell v5.0을 주로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론 LS shell을 더 쳐줍니다. 아직도 DOS돌릴 때면 사용하죠.
정말 그리운 단어들이네요... ^^;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냥 윈도우즈 탐색기를 쓰고 있어요..
처음 컴퓨터를 사고 어쩔 줄 모르던 20년전의 기억이 떠오르네요